역사 여행의 새로운 제안, 백제여행

백제의 유물이 왜 예술적이고 아름다운지 밝혀주는 ‘일상이 고고학’ 출간

이훈희 기자 | 기사입력 2020/09/10 [16:31]

역사 여행의 새로운 제안, 백제여행

백제의 유물이 왜 예술적이고 아름다운지 밝혀주는 ‘일상이 고고학’ 출간

이훈희 기자 | 입력 : 2020/09/10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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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 마니아 황윤의 백제 역사 여행기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가 출간됐다. 이 책은 역사 여행도 동네 산책처럼 친숙하고, 영화관 가듯 쉽고 흥미롭게 접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역사 여행의 새로운 제안이자 참신한 접근의 입문서다.

 

저자의 백제 여행은 우연히 시작된다. 아점을 먹은 후 머리나 식힐 겸 집을 나와 정처 없이 버스를 기다린다. 사당으로 가는 버스가 먼저 오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가고, 잠실행이 먼저 오면 한성백제박물관으로 가는 거다. 운명적으로 잠실 버스가 먼저 도착하면서 백제 역사 여행은 시작된다.

 

일상적으로 늘 해왔던 산책 같은 여행은 마음 끌리는 대로 움직이지만 내용은 진지하고 사뭇 깊다. 그동안 빈약한 배경 지식 탓에 깊이 음미할 수 없었던 백제 유물 유적의 가치에 눈을 트이게 해주고, 왜 백제의 유물이 뛰어나게 예술적이고 아름다운지 그 수수께끼를 발품으로 이룬 마니아 특유의 통찰력으로 풀어준다.

 

저자 황윤은 『박물관 보는 법』 『김유신 말의 목을 베다』의 저자로 특히 삼국시대를 좋아해 유적지는 물론 박물관을 수없이 다니고, 탐구하고, 상상해온 국내 최초 덕후 출신 박물관 전문가이자 소장 역사학자다. 전문가의 전유물이었던 백제를 친근하고 쉽게 풀어내다

 

비교적 최근인 1993년 부여에서 국보 287호인 금동대향로가 발견되면서 백제 문화의 놀라운 수준은 큰 관심과 희열 속에 공개된 바 있다. 이어 2015년 공주 부여 익산의 백제 유적지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서 백제 문화에 대한 우수성은 입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의 백제에 대한 인식은 별반 달라진 것이 없을 뿐더러 관심조차 얻지를 못하고 있다. 백제를 모르는 이는 없으나, 정작 남아 있는 이미지는 의자왕과 삼천 궁녀, 패배국 등의 부정적인 측면에 치우쳐 있고, 높은 수준의 화려했던 문화, 일본에 문화 전파, 근초고왕의 업적 등 비교적 긍정적 평가는 단편적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소수의 역사 덕후 들에게만 관심의 대상이랄까. 그도 그럴 것이 워낙 오래 전 유물인지라 이미 묻히고 사라져 상상력을 더하지 않으면 알아볼 수 없는 것들이 대부분인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다. 또한 역사의 패배자로서 남아 있는 기록이 변변치 않고, 패배자라는 인식의 굴레가 이면을 가린 탓도 크다.

 

 

▲ 정림사지 5층 석탑  © 출처=위키백과


◆ 예술을 넘어 혁명적인 디자인으로 탄생한 백제의 탑

 

중국의 역사서인 주서(周書)에 따르면 “백제에는 승려와 탑이 매우 많다.”라는 기록이 있다. 백제의 탑은 목탑에서 시작하여 석탑으로 변화되었으며, 일본은 물론 이후 통일신라로 이어지는 데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일본의 기록에 백제의 문화와 영향력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일본 스이코 여왕 원년(593년) “아스카테라에 찰주를 세우고 법요식이 있었는데 만조백관이 백제 옷을 입고 구경하던 사람들이 기뻐했다.”고 한다. 즉 일본 고위층들이 백제 옷을 입고 사찰의 사리함 위 목탑을 올리는 의식에 모인 것이다. 일본 최초의 사찰인 아스카테라는 583년 시작으로 596년에 완공되었는데, 발굴 조사 결과 절의 가람 배치는 고구려식이나 탑 아래 사리를 보관하는 사리함은 백제식, 기와도 백제식, 초빙되어 일본 내 장인을 지도한 이도 백제인, 절에 모신 부처를 주조한 이도 백제인, 절을 만드는 데 후원한 이도 친 백제계 일본 귀족이었다. 그리고 절의 주지는 백제의 승려 혜총과 고구려의 승려 혜자, 이렇게 2명이 맡는다._165쪽.

 

일본 나라에 가면 호류지(法隆寺)라는 절이 있다. 백제식 1탑 1가람을 일본 형태로 받아들인 모습으로 특히 5층 목탑은 “백제가 만든 탑이 이런 모습이겠지” 짐작케 한다. 백제의 목탑은 남은 것 없이 몽땅 사라졌지만,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은 미륵사지 석탑과 정림사지 5층 석탑 이전에 존재했던 목탑이 어마어마한 크기와 규모로 존재했는지를 보여준다.

 

나아가 그것이 화재 등으로 소멸되지 않으면서도 사찰의 면적 또한 효율적으로 축소시킴으로써 탑의 혁명적인 디자인이라 할 수 있는 석탑을 탄생시켰고, 나중에 통일신라가 탑과 사찰의 숫자를 비약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도록 어떤 기틀을 제공했는지 그 과정을 고스란히 체험시켜준다.

 

 

▲ 사적 제 427호 부여 왕흥사지(扶餘 王興寺址)  © 북라이브 DB


‘새 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 국보 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 감상하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매진 행렬을 이어가는 기획전 ‘새보물 납시었네’ 신국보보물전에 유일한 백제의 보물이 있으니, 국보 327호 부여 왕흥사지 출토 사리기이다. 이 사리기는 577년 백제의 위덕왕(554-598재위)이 죽은 아들을 위해 왕흥사를 세우고 봉안한 사리기로서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사리기로 알려져 있으며, 수준 높은 백제 예술을 보여주는 보물이다.

 

본디 사리란 부처나 고승이 열반에 든 후 화장을 하면 나오는 것으로 부처의 사리는 진신사리(眞身舍利)라 하여 고승의 사리에 비해 더 큰 대접을 받는다. 사리함은 반드시 사찰의 탑 아래에 보관되는데. 저자는 그 이유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한다.

 

사리를 두고 그 위에 탑을 올려야 당시 기준으로는 완벽한 탑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즉 탑이라는 형체와 사리라는 영혼이 함께해야 완벽한 사람이 되듯이 탑도 마찬가지라 생각했던 것이다._159쪽.

 

그 사리함에 다음과 같은 글귀가 씌어져 있었다. ??정유년 2월 15일(577년) 백제 창왕(위덕왕)이 죽은 왕자를 위하여 사찰을 세울 때 2매였던 사리가 신의 조화로 3매가 되었다(丁酉年二月十五日百濟 王昌爲亡王子立刹本舍利二枚葬時神化爲三)?? 즉 2개의 사리가 3개가 되었다는 신묘한 일을 쓴 것이다. 그러나 출토된 기물 안에는 웬걸 사리가 없었다는 사실. 2개의 사리가 3개가 되어 탑 안에 보관하였는데 그 뒤 탑 안에서 어느 시점에 사라져버리는 기적이 생긴 것일까? _159쪽.

 

백제 시대의 유물인 사리기 자체가 지닌 아름다움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지만, 그것이 지닌 이야기를 알고 본다면 그 의미는 차원이 다른 것이 된다. 위덕왕의 아버지 성왕은 왕명에서도 알 수 있듯이 불교를 수호하는 전륜성왕에서 따왔다. 전륜성왕은 인도를 통일하고 전국에 탑을 만들어 부처의 가르침을 알린 아소카왕이 모델인 신으로 성왕 역시 그런 왕이 되고자 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국보 287호 금동대향로 또한 아버지 성왕을 위한 사찰을 건립하면서 아버지의 영혼을 위해 향을 피울 때 사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은 우리를 백제 유물 유적 앞에 세워 순수한 대면의 기회를 마련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눈앞에 보이는 유물 유적에 대한 기초 지식은 물론 조각조각 흩어져 있던 백제의 역사를 통찰하여 적재적소에 풀어내줌으로써 백제와 백제 문화를 주변 국제관계사 속에서 또 백제의 통역사 속에서 그 가치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 백제 역사 여행의 구성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제 여행』은 크게 반나절에 둘러보는 한성백제 여행과 1박 2일로 떠나는 공주, 부여, 익산 백제 여행으로 나뉜다.

 

한성백제 일정에서는 풍납토성과 몽촌토성, 방이동 고분과 석촌동 고분 일대를 걸으며 백제 시대 당시의 건축물과 고분의 특징, 토성의 규모와 용도는 물론, 중국 청자로 외교적 권위를 유지하는 한편 검은간토기, 특히 금동관과 금동신발을 지방에 하사하는 등 고급 문화를 통한 통치력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고구려와 어떻게 불구대천의 원수 사이가 되었는지 등을 전한다.

 

1박 2일 공주, 부여, 익산 일정 첫째 날에는 무령왕릉부터 시작하여 국립공주박물관, 그리고 부여 대통사, 관북리 유적, 그리고 백제 유물의 백미라 할 수 있는 백제금동대향로를 만나는 국립부여박물관으로 끝을 맺는다. 다음날 부여에서 1박 후 정림사지 5층 석탑을 들러 익산으로 넘어가 익산의 미륵사와 왕궁리 5층 석탑으로 이어진다. 고구려의 압박으로 퇴진하면서도 계속 힘을 길러 다시 한강을 수복하려는 백제의 안간힘과 외교적 노력 및 화려하고 세련되게 꽃 피운 불교 예술에 관한 이야기를 전한다.

 

[도서정보]

도서명: 일상이 고고학: 나혼자 백제 여행

지은이: 황윤

출판: 책읽는고양이, 222쪽, 1만3천9백원

 

[북라이브=이훈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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